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실패에 감는 오후

데스크테리어25 2026. 9. 25. 22:27

오후 내내 비가 내린다
기압이 낮게 내려앉듯
내 마음도 가만히 내려앉는다

손에서 연장을 내려놓은 연휴
오랜만에 조용한 방 안에서
엉킨 실타래 하나를 무릎에 올린다

기쁨의 실과 슬픔의 실이
어디서부터 꼬였는지 모를 만큼
한 덩이로 뒤엉켜 있다

서두르면 더 조여들 것 같아
빗소리에 박자를 맞추어
한 올, 또 한 올 천천히 당겨 본다

그러다 문득 알게 된다
어두운 실을 억지로 끊어내지 않아도
밝은 실은 제 길을 찾아 나온다는 것을

젖은 날을 지나온 실이
더 단단하게 감긴다는 것을
그늘이 있어 무늬가 선명해진다는 것을

예쁜 실패에 한 바퀴씩 감을 때마다
오늘 무사히 쉰 것도 한 바퀴
빗소리를 들을 수 있는 것도 한 바퀴

비가 그치면
이 실로 무엇을 짜 볼까
따뜻한 목도리 하나쯤이면 좋겠다
추운 누군가의 목에 둘러 줄 수 있게